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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

한국 요괴 2 - 이매망량(魑魅魍魎)

by 흠메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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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망량( 魑魅魍魎 )이란, 산속의 요괴와 물속의 괴물 등 온갖 도깨비를 가리키는 말로, 남을 해치는 악인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인간이나 어처구니없이 허무맹랑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魑:도깨비 리

魅:도깨비 매

魍:도깨비 망

魎:도깨비 량

 

이(魑)와 매(魅)를 합친 이매(魑魅)는 산속의 요괴, 망(魍)과 량(魍)을 합쳐서 쓰는 망량(魍魎)은 물속의 괴물을 뜻하는데, 온갖 도깨비를 지칭하는 하나의 성어(成語)가 되었다.

 

중국 사마천 『사기(史記)』의 오제본기(五帝本紀)에 나온 내용을 보자면 ‘이매(魑魅)는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로 발이 네 개다. 사람을 잘 홀린다(魑魅人面獸身四足, 好惑人)’고 했다. 중국 선진시대에 기록된 신화집인 『산해경(山海經)』에는 ‘강산(剛山)에는 귀신이 많다. 그 모습은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를 했고, 다리가 하나, 손도 하나다. 소리는 웅웅거리는데, 산림의 이상한 기운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을 해치는 것은 목석(木石)이 변해서 된 요괴다.’ 여기에서 묘사하고 있는 이매(魑魅)는 도깨비 중에서도 사람 얼굴에 짐승의 몸뚱이를 하고 팔다리가 하나씩인 채 사람을 꼬이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중국 고서에서 망량(魍魎)을 언급한 지 가장 오래된 기록은 전한 시대의 회남왕 안(安)이 빈객들을 모아 편찬한 일종의 백과사전인 『회남자(淮南子)』로, ‘세 살 먹은 어린아이처럼 생겼고, 피부색이 검붉고 눈은 새빨갛고, 귀가 길며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생김새를 가졌다‘ 라고 서술하였다.

 

또한 명나라 진계유(陳繼儒)의 『진주선(眞珠船)』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신(神)이 밝지 않은 것을 망(魍)이라 하고, 정(精)이 밝지 않은 것을 량(魎)이라 한다(神不明謂之魍, 精不明謂之魎)’ 신명이 흐려져 오락가락하면 망(魍)이고, 정기가 흩어져 왔다 갔다 하면 량(魎)이다. 보통 노인들이 망령이 났다고 할 때 망령은 망령(妄靈)이 아니라, 망량(魍魎)의 발음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망량(魍魎)이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정신의 빈틈을 타서 존재를 드러내면 망량(魍魎)이 났다고 하고, 바깥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 주인의 자리를 밀치고 들어오면 망량(魍魎)이 들었다고 한다. 일단 망량(魍魎)이 들거나 나면 그것의 부림을 당한다. 이것을 망량(魍魎)을 부린다고 표현했다. 망량(魍魎)이 사람의 정신을 부리는 것이지, 사람이 망량(魍魎)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정신을 놓아 망량(魍魎)이 들거나 나면 멀쩡하던 사람의 판단이 흐려지고, 말과 행동이 이상해진다. 사람이 갑자기 비정상이 되는 것은 도깨비의 장난이다. 망량(魍魎)이 마음에 들어오거나 나오게 해서는 안 되고, 망량(魍魎)이 사람을 제멋대로 부리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기운의 조화로 '밝음'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욕심과 탐욕이 끼어들면 밝음은 어둠으로 변한다. 어두운 정신은 이매망량의 놀이터다.

 

이매망량(魑魅魍魎)은 우리말로 두억시니 또는 도깨비의 지칭하기도 한다. 정도전(鄭道傳)은 『사이매문(謝魑魅文)』에서 이매망량을 ‘음허(陰虛)의 기운과 목석(木石)의 정기가 변화해서 된,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며, 이승과 저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라고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이매망량은 음습한 곳에 숨어 있다가 사람을 홀려서 비정상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

 

'이매망량'이 아닌 '치미망량'이 정확한 한국식 한자음이라 일컫는 기록도 있다. 망(魑)자의 발음은 당운(唐韻) 등 중국의 옛 운서에 따르면 축지절(丑知切)인데, 이는 '치'라고 읽으라는 반절 표기이다. 현대 중국에서도 망(魑) 자를 chī(권설음 '츠')라고 읽는다. 매(魅) 또한 당운에 따르면 명비절(明祕切)이니, 한국식 한자음으로는 '미'라고 읽어야 한다. 따라서 '이매망량'이란 성어를 한국식 한자음으로 올바르게 읽는다면 '치미망량'이다. 일본에서도 '이매망량'을 '치미모-료-(ちみもうりょう)'라고 읽으니, '치미망량'과 발음이 더 가깝다. 그러나 '이매망량'이라 읽음이 관용이 되어 우리말 국어사전에도 그대로 올랐다. 일부에서는 이매망량을 '치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매망량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도 언급되고 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선공(宣公) 3년에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주(周)나라의 대부(大夫) 왕손만(王孫滿)에게 주나라 왕실이 지닌 정(鼎:솥)의 크기와 무게를 물었다는 기록이 있다.

정(鼎)은 왕권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주나라가 정(鼎)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쇠락하였으므로 장왕 자신이 그것을 차지하겠다는 속셈을 품고 있었다. 왕손만은 장왕의 속셈을 간파하고 “정(鼎)의 경중이 문제가 아니라, 덕(德)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 비록 주나라의 덕(德)이 쇠하였으나 아직은 천명이 바뀐 것이 아니니, 정(鼎)의 경중을 물을 수 없습니다(周德雖衰, 天命未改, 鼎之輕重, 未可問也)"라고 대답하였다. 곧, 왕권을 상징하는 정(鼎)의 크기와 무게는 정(鼎) 그 자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진 사람의 덕(德)에 달려 있으므로, 주나라가 부여받은 천명이 바뀌지 않는 한 이를 넘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문정지대소경중(問鼎之大小輕重)이라는 고사성어는 여기서 유래되었다.

왕손만은 정(鼎)의 용도에 대하여 "거기에 온갖 사물을 새겨 놓음으로써 백성들에게 신령스러운 것과 간악한 것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물에 들어가거나 산에 들어가서 자신에게 해로운 것을 피할 수 있고, 이매망량 같은 귀신 도깨비들과 마주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百物而爲之備, 使民知神奸, 故民入川澤山林不逢不若, 魑魅魍魎, 莫能逢之)"라고 하였다. 이 왕손만의 말에서 유래하여 이매망량(魑魅魍魎)은 요괴와 괴물 등 온갖 도깨비를 뜻하는 원래의 의미 외에 그러한 요괴와 괴물처럼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가지각색의 악인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되게 되었다.

 

 

그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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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량

 

 

 

적신악자휴간기(賊臣惡子休干紀) 이매망량도위이(魑魅魍魎徒爲爾)

불충한 신하와 악한 자식은 기강(紀綱)을 침범치 말라, 이매망량들이 아무 소용없이 되리니

- 두보(杜甫) 형남병마사태상조공대식도가(荊南兵馬使太常趙公大食刀歌)

 

봉영이매신상식(逢迎魑魅新相識) 해후강산구견친(邂逅江山舊見親)

도깨비가 마중 나와 서로 새로이 알게 되고, 강산과 만나니 옛 친구 만난 듯이 친해지네

- 홍언충(洪彦忠) 과귤도(過橘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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